는 일본만화 56편에 대한 리뷰이자 에세이다. 저자 김봉석은 등 다양한 매체의 기자를 거쳐, 문화잡지 와 만화리뷰 웹진 편집장을 지냈고, 오랫동안 영화평론가 및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문화 전방위에서 활약해 온 저자가 지난 2000년대 웹진 에 기고한 만화 칼럼을 묶어낸 것이다. 격주로 7년 넘게 연재한 칼럼을 통해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만화 작품은 물론, 현재까지도 인기리에 연재 중인 만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작품을 아우른다. 저자는 독특한 취향의 만화 애호가에서 문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점차 시야를 확장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즐거운 만화’를 발굴하고 권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혹은 잊고 있던 만화의 세계에서 새삼 새로운 걸작을 찾아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작가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시선은 책의 백미라 할 만하다. 그는 우리네 세상이 품은 비정함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이를 토대로 캐릭터와 작품의 태도를 분석하고, 사색한다. 그렇게 고단한 여정을 거쳐 마침내 진중한 삶의 의미를 건져내는 순간, 뜻밖의 깨달음과 더불어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크게 7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일상과 청춘의 드라마]에서는 아다치 미츠루의 , 평범하면서도 이상한 여고생들의 4컷 개그만화 , 괴상하고 웃기는 레스토랑의 일상 소동극 , 청춘의 음악만화 처럼 아기자기하면서도 열정적인 즐거움을 주는 만화를 먼저 살핀다. 반면 전혀 다른 일상과 청춘을 보내는 이들도 놓치지 않는다. 에서는 갓 고등학생이 된 소녀가 겪는 절망적인 상황에 이입하면서 흔히 ‘감상적’이라고 착각하는 일본문화의 또 다른 축인 ‘폭력성’을 설명한다. 도쿄의 번화가 이케부쿠로에서 펼쳐지는 폭력과 섹스의 현장 에서는 ‘소년’ 마코토가 다양한 범죄를 해결해 나가며 아프게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비정한 현대사회를 스케치한다.
[2. 다른 세계를 꿈꾸다]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와 49회 쇼가쿠칸 만화상 수상 후 끊임없이 각종 기록을 경신했던 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또한 현재까지도 연재중인 의 인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찾아보고, 에서는 우주로 향한 인간의 끝없는 분투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되짚는다. 에서는 불사의 몸을 가진 방랑무사 만지를 통해 피비린내 나는 참극 안에 놓인 영원이라는 이름의 지독한 허무를 이야기한다.
[3. 취미와 직업의 현란한 세계]에서는 일본만화의 신으로 추앙받는 테즈카 오사무의 대표작 에서 이름을 따온 의학만화 과, 1980년대 일본영화계를 정밀하게 그려낸 히로카네 켄시의 으로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한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은 천재와 범인 간의 대립을 통해 마침내 자격지심을 넘어서는 인생의 다채로운 지점들을 따라가고, 에서는 스포츠카가 아닌 평범한 차로 아키나산 다운힐의 왕으로 군림하는 주인공 탁미의 강렬한 레이싱을 통해 마니아들이 누리는 특별한 즐거움을 논한다.
[4. 어른의 사정이란?] 편에서는 으로 유명한 히로가네 켄시의 과 70년대 절판되었다가 복각된 에로망가 로 거친 세상 안에서 펼쳐지는 어른들의 희로애락을 관찰한다. 에서는 비정한 돈의 세계에서 발버둥치는 대부업체 사람들 안에서 우리네 삶에 서린 보편적인 위태로움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5. 미스터리와 범죄의 세계]에서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와 영화 의 원작 만화 로 미스터리 만화의 장을 연다. 이밖에도 의 스토리 작가가 참여한 는 뚜렷한 탐정 역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일본 민담에 방점이 찍힌 색다른 추리의 재미를 찾아낸다. 또한 는 검시관이 바라보는 기구한 삶과 죽음을 통해 이 세상이란 착한 이들의 죽음으로 지탱되는 곳은 아닌지 그 슬픈 진실을 향해 침잠하기도 한다.
[6. 스포츠는 인생의 단면]은 한 격투가의 생애를 담은 부터 여자 야구선수 아소우 하루카가 고교야구 규정과 정면충돌하는 까지, 삶 그 자체나 다름없는 치열한 스포츠의 세계를 조명한다.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최고의 답을 내주는 는 물론,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또 다른 걸작 역시 인생과 맞닿은 스포츠의 정수를 건져낸다.
[7. 우리가 아는 세계 너머의 무엇]에서는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재난과 그로 인한 절대적인 공포의 의미를 심도 있게 파헤치는 ,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현실과 이세계를 넘나드는 만화 , 실존했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가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등 우리가 아는 세계 너머에서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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